환경에 대한 다큐를 본 것은 아니였다. 바다 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있다거나 바다 악어의 몸에 타이어가 끼어 뺄수도 없을 지경이 된 것, 그리고 진흙 투성이의 펭귄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직접 보면 너무 징그럽고 안쓰럽고 또 너무 죄책감이 들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보지 않았다고 모른 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시작 해 보려고 한다.
친환경 시작하기 / 처음 시작은 텀블러, 도시락, 그리고 손수건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 하려고 보면 선구매 해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합성세제 대신 소프넛, 플라스팃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 플라스틱 그릇 대신 유리나 금속 그릇, 또 텀블러, 친환경 빨대 등.. 원래 처음 무언가를 결심할때의 마음은 그렇다. 지금 가지고 있는 쓰레기들 (플라스틱 등)을 죄다 내어 버린 뒤 모두 친환경 제품을 구입 하는 것이다. 이런 열정이 불타오를 때가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친환경, 진정한 프리사이클링,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는 그런 제품을 다시 구매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중복해서 구매하지 하지 않고 온전히 사용 하는 것. 같은 용도의 제품을 또 구입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어차피 새로운 공해와 쓰레기들이 발생하니까.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제대로 사용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 해 보기로 했다. 오래, 제대로 하고 싶으니까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게 시작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새로운 구매 없이 실천 할 수 있는 것 / 내 기준
1.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집에 기본적으로 개인 텀블러가 3개 있다. 모양은 까페 텀블러가 예쁘지만 뒤집으면 음료가 새기 때문에 들고 다니기에는 밀폐가 잘되는 락앤락 텀블러가 제격이다. 크기도 적당히 작아서 락앤락 텀블러를 외출시에 들고 다니기로 결정 했다.
2. 도시락 싸기
편의점을 꽤 좋아하는 나는 아침마다 샌드위치나 다른 간식거리를 사서 먹곤 했다. 그리곤 깔끔하게 쓰레기를 편의점 안에 쓰레기통에 버리고 출근 하면 끝. 내 손에 쓰레기도 없고 집에서 무겁게 이것 저것 들고 나오지 않아도 되니까 편했다. 하지만 매일 내가 버리는 샌드위치 포장지만 한 곳에 쌓아 두어도 한달이면 그 양이 꽤 될것이라 생각하니 끔찍했다. 군것질을 좋아하지만 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면서까지 군것질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도시락을 좀 더 든든하게 싸기로 했다.
3.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이건, 의외로 실천 하기 좀 어렵다.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것은 쉽지만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기 전에 가까이 있는 물티슈와 휴지에 손이 먼저 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가방에 기본적으로 가지고 다닐 물건으로 해 두었다. 밖에서 물티슈나 휴지를 쓰기 보다는 귀찮더라도 손수건을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
4.시장에서 장 보기
마트에서 장을 보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발생한다. 포장 쓰레기. 얼마나 안전하게 상품을 보관하는지 한번 마트를 다녀와 장 본것을 정리하면 한쪽에 고스란히 포장 쓰레기가 쌓인다. 점차 바뀌어 가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마트에서 비닐 쓰레기를 발생 시키지 않고 장을 보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도(?) 나는 집에서 음식을 많이 해 먹는 편이 아니라 필요한 재료를 조금씩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시장 갈 떄 장바구니와 용기를 가져 가야 하는 점이 불편 하겠지만.
적용은 이번주 부터, 그리고 일주일씩 위클리 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한주는 비닐 봉지 사용하지 않기, 한주는 비닐 쓰레기 발생되는 택배 시키지 않기 등.
5.커뮤니티 가입하기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 프리리사이클링 등을 치면 나오는 까페에 가입을 해 정보를 얻고 동기 부여를 받는것도 좋지 않을까? 나 혼자 고군분투 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고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그 경험을 배우는게 훨씬 이익이다.
나의 경우 5번 커뮤니티 가입을 제일 먼저 하게 되었다. 그곳에 있는 글들을 천천히 읽어보며 어떤 방향으로 시작 하고 지속 할 수 있을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1.2.3의 경우 오늘 출근과 동시에 적용을 해 보았다. 원래 가방에 이것 저것 넣고 다니던 터라 평소보다 더 무겁거나 귀찮거나 하진 않았다.
이제 기초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장을 볼때 시장에서 장 보는 것을 도전 해야한다. 아무 준비 없이 갔다간 덜컥 비닐봉투에 재료를 받아 올 수 있으니 무엇을 살지 생각하고 그에 맞는 용기와 장바구니를 들고 가야겠다.
완전 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하다보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어떤 걸 더 잘해야 하는 지 배우게 되지 않을까? 이제 시작이니 지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 할 수 있기를.